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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.상.

코로나 확진 일기(1/#)_증상 발현 순서

일일 확진자 9만 명이 넘어가고 있는 요즘.
주변 사람들 중에도 확진자가 발견되는 일이 익숙해질 때쯤, 나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. 
오늘로써 양성 판정을 받은지 이틀 차이며, 첫 증상이 나온지는 5일 차이다. 
하루 종일 집에서 밥 해 먹고, TV 보고, 누워있는 것도 지겨워 정말 백 년 만에 일기나 한번 써보려 한다.

요즘 코로나는 감기보다 증상이 덜하다는 말도 있다던데,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.
내 증상과 검사의 기록은 이러이러하였다.

2/13(일) - 첫 증상 발현 (목 간질 & 기침)
이날 일과는 2시 즈음 여자 친구랑 야외에서 테니스를 치고, 마트에서 장을 보고, 집에서 저녁을 해 먹은 게 전부였다.
그런데 오후 즈음부터 목이 좀 간질간질했던 게 기억난다. 
미세먼지가 역대급으로 안 좋다고 뉴스가 나오던 주말이라, 이 때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. 
워낙에 미세먼지에 좀 민감한 편이었고, 그런 날에 야외 테니스까지 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.

2/14(월) - 증상 악화 & 자가 키트 2회 (음성) & PCR 검사 (미결정) 
아침에 목 간지러운 게 더 심해짐을 느꼈고, 열이 좀 있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일어났다.
헌데 사실 월요일에는 누구나 다 피곤하지 않은가?
엄살 부리는 걸 경계하는 편이라 그냥 주말에 미세먼지가 심했고, 월요일이라 피곤한가 보다 했다.
그러다 출근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, 자가 키트 하나를 구매하여 바로 시행해봤다.
오전 8시경 : 자가키트 -> 음성
역시 음성이구나. 엄살 부리지 말자
하는 마음으로 정상적으로 오전 근무를 했다.

자가키트.. 믿을 수 있는 거니?

헌데 점심시간 즈음 열이 좀 더 나는 게 느껴졌다.
목도 더 간지럽고, 이때 즈음부터 그 참을 수 없는 기침이 스멀스멀 나왔다.
원래 감기가 심할 때도 이렇게 목이 간지러운 적이 없었고, 기침은 웬만하면 다 참을 수 있었는데 이때부터 뭔가 좀 다름을 느꼈다.
엄청 목 아프게 내뱉는 큰기침들이 아니라, 약간 누구를 비웃는듯한, 콧방귀를 뀔 때와 같은 (??) 작지만 참을 수 없는 기침이 종종 나왔다.
점심에 동기 넷이서 밥을 먹었는데, 괜히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마스크 벗은 상태에서는 단 한마디도 안 했다. 구글 번역기로 대화했다. ㅋㅋ

오후 1시 : 자가 키트 2회째 -> 음성
뭔가 이상했다. 분명 이런 증상은 처음이고, 증상이 점점 코로나와 유사해져 가는데 자가 키트에서는 계속 음성이었다. 나는 1인 가구라 코로나에 걸려도 사실 크게 상관이 없는데, 회사 사람들과 운동 다니는 곳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정~~ 말 깊게 찔러 넣었었다. 
그래도 결과는 계속 음성이었다.

오후 5시 : 발열 확인, 이비인후과 방문 -> PCR 검사
퇴근할 때 즈음, 열나는 게 이제는 정말 확실히 느껴져서 회사에 있는 온도계로 체온을 재봤다.
37.5도 정도였고 이 정도면 미열이라도 있는 게 확실한 듯하여 병원에 바로 방문했다.
PCR 검사 의뢰서가 없으면 이제는 검사도 안 해주니, 이를 받기 위함이었고 증상을 본 의사분이 바로 검사의뢰서를 발급해주셨다.
거주지 보건소에서 마감 직전에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, 결과는 다음날 아침에 나왔다.
이 날 저녁 증상은 여전히 발열, 기침, 인후통이었다. 
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니 발열, 기침은 어느 정도 완화가 되었는데, 목 아픈 것이 제일 큰 고통이었다.

2/15(화) - 증상 악화 & PCR 검사 (양성)
아침에 일어났는데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, 바로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.
전날 시행했던 PCR 검사 결과는 "미결정"이었다.

PCR 검사 미결정 이유?

미결정?
처음 보는 검사 결과에 여기저기 찾아보니, PCR 검사 후 미결정이 나오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.
1) 바이러스가 있으나 회복기/잠복기라 소량 검출되었거나,
2) 검사를 시행할 군수의 부족 이 있을 때 (검사할 때 덜 찔렀을 때..?)

슬슬 이때부터 직감하기 시작했다.
아 코로나에 걸렸구나.  
실시간으로 회사에 검사 결과를 공유해줬고, 이날 오후에 PCR 검사를 다시 받으러 갔다. (미결정인 경우, 대부분 재검을 받으라고 전화가 온다고 함)
그런데, 좀 더 확실히 확진이라는 것을 빨리 알고 싶었다. 그래야 나랑 밀접 접촉을 했던 사람들도 조심할 테고,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.
암튼 그래서 오전 11시 30분쯤 자가 키트를 시행했는데 또 음성이 나왔다.

정말 이상했다. ㅡㅡ;; 자가 키트.. 믿어도

음성 again.. 나 정말 깊게 찔렀는데..

되는 건가?? 싶을 정도로..
암튼 보건소 권유로 이날 오후 5시쯤 재검을 받았는데,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양성으로 확진되었다.
화요일 증상은 여전히 발열, 기침, 인후통이었고, 증상이 전날보다 조금 더 심해졌었다. 
그래도 병원에서 받아왔던 약을 먹으면, 어느 정도 견딜만했다.

오랜만에 일기를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. 글이 너무 길어져서 나눠 써야겠다.